노후 핵발전소 수명 연장 우려
새 정부가 고리 핵발전소 2호기를 시작으로 노후 핵발전소 가동 수명 연장을 추진하자 시민사회단체들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특히 핵발전소가 밀집한 영남권 환경단체들은 새 정부의 핵발전 확대 정책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고리 2호기 즉각 폐쇄 요구
5월 19일 부산시청 광장에 모인 영남권 환경활동가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수명이 다한 핵발전소는 즉각 폐쇄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리2호기폐쇄촉구부산행동, 밀양765㎸송전탑반대대책위, 월성핵발전소인접지역이주대책위, 탈핵부산연대, 탈핵경남행동, 탈핵경주행동, 탈핵울산행동 등은 특히 설계 수명이 가장 먼저 만료되는 고리 2호기 가동 연장에 반대, 즉각 폐쇄를 요구했다.
이에 앞서 12일 부산환경운동연합과 환경운동연합 탈핵위원회는 부산역 광장에서 ‘고리 2호기 수명연장저지 투쟁선포식’을 열고 노후 핵발전소 수명 연장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고리 2호기 수명 연장은 경제성도 없을뿐더러 안전하지도 않다”며 절차적으로도 위법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달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제출한 ‘고리 2호기 계속 운전 경제성 평가’는 핵발전소 운전 이익을 과다 산정하고, 비용과 수익 기간을 다르게 적용하는 등 수명 연장을 노린 엉터리 경제성 평가였다”고 주장했다.
■ 2030년까지 노후 핵발전소 10기 수명 연장 추진
‘핵발전소 확대’를 핵심 국정 과제로 정한 새 정부는 2030년까지 노후 핵발전소 총 10기의 설계 수명을 연장할 계획이다. 수명 연장이 추진되는 대상 핵발전소는 고리 2~4호기, 월성 2~4호기, 한빛 1·2호기, 한울 1·2호기 등이다. 가장 먼저 2023년 4월과 2024년 9월에 수명이 만료되는 고리 2·3호기 수명 연장 신청이 각각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이뤄진다.
이는 ‘핵발전소 확대’ 정책 본격화의 시발점으로 내년 이후 2030년까지 수명이 만료되는 8개 핵발전소의 계속 가동이 연쇄적으로 추진된다. 이전 정부의 탈핵발전소 로드맵에 따르면, 고리 핵발전소는 2017년 6월 가동이 중단되고 해체 단계에 들어간 1호기에 이어, 2~4호기가 모두 순차적으로 영구 정지돼야 한다.
노후 핵발전소 수명 연장은 한수원이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 계속 가동을 신청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원안위의 허가를 받으면 수명 만료 핵발전소도 연장 가동이 가능하다. 정부는 핵발전 확대를 위해 계속 운전 신청 시기를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원자력 안전법 시행령 개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또 노후 핵발전소 연장 가동을 전제로 한 에너지 기본계획과 전력 수급 기본 계획 수립도 올해 안에 끝낼 계획이다. 노후 핵발전소 수명 연장뿐만 아니라 신규 핵발전소 건설도 추진, 지난 정부에서 건설이 취소된 신한울 3·4호기 건설도 재개한다.
■ 핵발전은 ‘위험한 시도’
핵발전에 대한 교회의 입장은 명확하다. 주교회의는 2013년 「핵기술과 교회의 가르침」을 통해 “핵기술이 생명체 자체는 물론 생태계 전체를 교란시키고, 회복 불능의 상태로 내몰아, 그 안에 존재하는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 무생물, 미래의 모든 생명체의 삶의 환경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박현동 블라시오 아빠스)는 2019년 발표한 성명서 ‘우리는 생명을 선택하여야 합니다’에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끊이지 않는 핵발전소 사고에 대해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 20년 동안 국내 핵발전소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사고는 300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회가 핵기술에 대한 절대적 반대 입장을 표시하는 것은 핵발전소 사고는 단 한 번만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생태환경위원회는 특히 고준위 핵폐기물 문제에 대해 우려하고, 신규 핵발전소 건설 중단과 노후 핵발전소 수명 연장 중단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핵발전과 관련해 예기치 않은 사고 발생뿐만 아니라 핵발전소 가동시 필연적으로 나오는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 문제를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다. 10만 년 이상 지속되는 위험한 핵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까지 없다.
결국 현 정부의 핵발전소 확대 정책에 따른 노후 핵발전소 수명 연장과 신규 핵발전소 건설 추진은 경제 논리에 집착, 전 국민의 생명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위험한 시도’라는 것이 교회의 입장이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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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2-05-24 등록